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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0-12 08:01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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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엄마가 사라져버렸다? 물론 복잡한 일이다. 그러나 복잡하다고 해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말란 법은 없다.” 마리아 셈플의 장편소설 ‘어디 갔어, 버나뎃’(2012)은 갑자기 엄마를 잃은 딸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메일을 포함한 실종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이 제시된다. 독자는 모자이크를 맞추듯, 조각조각 단서를 모아 종적을 감춘 인물에 대해 파악해간다. 추리 요소로 가득한 이 작품은 그러나 진지한 스릴러는 아니다. SNL 방송작가 출신이 쓴 작품답게 유쾌함이 묻어나는 코미디다.파워사다리

그렇다고 가벼운 웃음만 자아내지도 않는다.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다. 안 그랬다면 ‘비포 시리즈’와 ‘보이 후드’ 등 명작을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선뜻 영화화에 나섰을 리 없다. 명배우 케이트 블란쳇 역시 소설을 읽고 버나뎃을 연기하고 싶어 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배우로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나면, 많은 분들이 제 다음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안다. 바로 이 지점이 예술가인 버나뎃에 깊이 공감한 부분이다.” 정리하면 이런 문제의식이다. 최고 자리에 오른 다음의 행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모험이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은 아무리 되풀이해도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불분명한 탓이다. 융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는 사회적 자아(ego)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본래적 자기(self)를 추구하라고 조언하나, 사회적 자아와 본래적 자기를 엄밀하게 구별하고 살기는 어렵다. 그런 까닭에 어디 있는지 모르는 ‘진정한 나’의 자취를 발견하려고 우리는 애쓴다. 이것은 무의미한 행위일 수 없다. ‘진정한 나’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적어도 우리는 ‘거짓된 나’의 존재가 무엇인지 눈치채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파이어족’(젊은 시절 재정 자립을 이뤄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읽힌다는 사실이다. 파이어족은 일과 삶을 분리한다. ‘나’를 찾는 데 방해되는 노동을 일찍 마치고, ‘나’를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여가를 나중에 즐기겠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어디 갔어, 버나뎃’은 일과 삶이 구분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자아와 본래적 자기의 합이 실은 ‘진정한 나’이듯이. 놀고먹으면 마냥 좋을까? 처음이야 행복해도 점점 지루해진다. 인간은 복잡한 고등생물이다. 천국이 일상이 되는 순간 싫증 낸다.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완결될 수 없기에 유효적절하다. 버나뎃 딸의 말을 다시 빌리면, “불가능하다고 해서 찾아볼 시도조차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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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권은 잃어버리면 해외 범죄조직에 악용될 수 있어 재발급이 까다롭고, 여러 번 분실하면 불이익도 뒤따릅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봤더니 공무원들이 해마다 수백 명 씩 여권을 잃어버리고, 여기엔 현직 장관, 헌법재판소장같은 고위 공무원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미국 입국 때마다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과거 강도당한 여권이, 불법 입국 시도에 이용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여권은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곳이 많아 국제 암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에게 발급되는 관용여권과 외교관여권은 출입국 심사가 더욱 수월한데, 최근 2년 반 동안 모두 807건이 분실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의 절반은 국방부, 다음은 여권 발급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현직 장관 2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경제부처의 한 장관은 출장을 가려고 찾았지만 보관해오던 걸 결국 못 찾았다고 했고, 다른 장관은 비서실 직원이 갖고 있던 걸 국내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관뿐 아니라 전 헌법재판소장, 여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는 대사들까지도 정작 본인 여권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 : "(분실 여권을 위조해) 범죄에 사용되는 그러한 우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평가에 반영이 돼서 이러한 사례를 막을 필요가 있고요."]

일반 여권은 반복해서 잃어버린면 새 여권의 유효기간이 줄어들지만, 관용, 외교관 여권은 이런 불이익도 없고, 재발급 수수료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조사 기간 여권을 두 번 이상 잃어버리거나 도난 당한 공무원과 가족도 4명 있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최민영

김지숙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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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김창현 감독 대행이 8일 고척 NC전에서 경기 상황을 기록하고있다. 2020.10.0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대전=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야구가 그리 만만한가?”

키움이 손혁 감독을 경질한 뒤 김창현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 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기자 여러 야구인들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테면 주전 포수가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백업포수 대신 불펜 보조요원을 정식 포수로 기용한 것 이상의 기행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데이터 야구를 적극 도입하면서 QC 제도를 운영하는 구단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KBO리그는 낯선 보직이다. SK와 롯데 등이 QC 제도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개인보다는 단체 훈련을 중요시 여기고, 코치들의 세밀한 지도가 선수 육성과 원활한 시즌 운용에 더 필요하다는 전통적인 관습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개인훈련을 위해 트레이너와 영양 관리사, 기술·멘탈 코치를 선임해 선수 한 명이 하나의 팀을 꾸리는 문화를 갖고 있다. 팀 코치도 조언을 하는 정도에 머문다. 개인훈련이 일상화 돼 있고, 구단과 선수 모두 철저한 비지니스 마인드로 무장 돼 있어 개인 기량과 인성만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구단은 짜여진 선수 구성을 잘 활용할만 한 필드매니저를 구하는 식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단체훈련에 익숙해있고, 지도자들의 조련으로 다듬어지는 문화다. 감독, 코치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선수보다 코치가 더 훤히 꿰뚫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수로 뛰기도 한 키움 허민 이사회의장의 시각에는 수 많은 코치들이 선수들을 붙들고 기술훈련을 시키는 게 못마땅해 보였을 수도 있다. 그가 접한 문화와 KBO리그 문화의 간극이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 온라인 야구게임을 하듯, 더 좋은 카드가 생기면 시즌 중에라도 기존 것을 버리고 팀을 다시 세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미 히어로즈가 저지른 수 많은 비위가 새로운 구단 수뇌부에게 좋은 학습 효과를 선물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거세게 이는 비난 여론은 눈 딱 감고 사나흘만 버티면 다른 이슈로 덮히거나, 경기력에 묻힌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언론이 떠들어봐야 사흘이면 끝”이라는 얘기가 구단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비단 키움뿐만이 아니다.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그룹 임원이나 구단 수뇌부가 선수 출신을 무시하는 처사는 비일비재 했다. 감독 대행에 세 팀이나 있던 1986년에는 구단 사장이 감독에게 “야구는 9회까지 열리니까 매이닝 다른 투수를 등판시키면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큰 소리친 일화가 있다. 34년이 흘러 다시 감독 대행이 세 명이나 되는 올해는 구단 수뇌부가 “A가 B투수를 공략하지 못한다는 데이터가 있는데 왜 교체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다.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 흐름 등은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숫자가 정답’이라는 식으로 야구를 바라보면서 전문가를 자칭하는 시대다. 방법은 변했지만, ‘통계는 무식한 너보다 내가 잘 안다’는 식의 우월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유학파라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성급한 일반화를 범하는 경우도 꽤 있다. 더구나 허민 의장은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수로 뛰었고, 하송 대표와 함께 고양 원더스 야구단을 운영하며 퓨처스팀을 제압하는 등 성과도 올렸다. 야구가 참 쉽게 느껴질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QC 선임 8개월 만에 감독 대행으로 고속승진한 키움 김창현 대행은 “경기 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상한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간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포지션별 운영 방안 등 세밀한 부분을 충분히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에 더해 순간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경기 상황에 따라 교체할 투수나 대타, 대수비 등을 수첩에 적어놓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사람이 직접 던지고 치는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숫자만으로는 야구를 이해할 수도, 지휘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김 대행이 아닌, 손 전감독을 야인으로 쫓아낸 사람들이 체감해야 할 일이다.파워볼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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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김정은, 열병식서 신형ICBM 시위… 핵탄두 3개로 美워싱턴 타격 가능
시간벌기 하며 핵증강… 美 “실망”
신형SLBM-대남무기도 대거 공개

바퀴 22개 차량에 실린 새 ICBM 북한이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한이 2018년 공개한 ICBM 화성-15형의 이동식발사차량(TEL) 9축짜리 바퀴보다 2개 늘어난 11축 바퀴가 눈에 띈다. 길이도 화성-15형(22m)보다 늘어난 24m로 파악된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최대 600kg급 핵탄두를 3개까지 싣고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세계 최대 이동식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0일 전격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위적 핵억제력 보유’와 ‘보복 핵타격’을 시사해 미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했다. 2018년부터 3년간의 비핵화 협상 동안 시간을 벌면서 오히려 핵타격 능력을 증강시켜 왔음을 드러낸 것. 김 위원장이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이미 지난해 선언한 만큼 신형 ICBM 시험발사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날 0시부터 2시간여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2018년 2월 화성-15형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길이가 2m 이상 늘어나 최대 24m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화성-15형의 바퀴 9축짜리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바퀴 축이 2개 더 늘어난 11개(좌우 총 22개)짜리 TEL로 운반해야 할 만큼 세계 최대급의 ‘괴물 ICBM’을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과 같은 액체연료 ICBM이지만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크게 늘어났고 동시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 소식통은 “페이로드(탑재중량)가 화성-15형(600kg 추정)보다 최대 3배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신형 ICBM을 ‘화성-16형’으로 명명한 뒤 시험발사 등 전력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열병식에선 기존 북극성-3형보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역시 다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대남 타격 무기인 초대형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인 KN-23 등 신형 전술무기도 대거 공개했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북한 열병식과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고 있는 것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 뉴욕=유재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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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족주의에 거부감' 독일에 위안부 문제 반일민족주의로 왜곡해 접근
과거사 반성해온 독일의 '궤도이탈'…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추념해와
소녀상 보편적 가치 더 강조 필요성…현지 언론, '일본의 정치적 압박 결과' 지적



베를린에서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해 8월 14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은 독일 시민. 2019.8.14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베를린이 국제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위한 기억문화의 중심지가 될 좋은 기회를 역사 부정을 통해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베를린시(市) 미테구(區)가 심사를 통해 설치 허가를 내준 소녀상을 제막 9일 만에 철거하도록 지난 7일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20대 독일 시민인 킬라 쿠가 한 말이다.

독일 분단기에 동과 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은 통합의 상징이고, 이민자 사회 성장의 단면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베를린이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면서도 기장 '힙'(hip)한 국제도시 중 하나로 발돋움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 왔다.

특히 과거 나치의 본거지였던 베를린은 통일 독일의 수도 자리를 되찾은 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극우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대한 견제의 본산이 돼 왔다.

미테구가 소녀상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쟁 시 자행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동상 설치에 동의했다.

베를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와 시민은 민족주의 및 반일감정과는 거리가 꽤 있다.

동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한국 관련 사안을 주로 다뤄왔지만, 보편적 인권을 우선으로 내세워왔다.

베를린에서 국제적인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협의회는 지역사회와 호흡해왔고, 인근 고교생을 대상으로 전쟁 피해 여성 문제에 대해 교육도 했다. 이는 학교에서 수업 활동으로 인정받았다.

독일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자연스럽게 여성 인권의 보편적인 의제 속으로 조금씩 들어간 데에는 독일 시민사회의 토양 탓이다.

독일은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파시즘이 발현되는 하나의 형태로 보는 시각을 보여왔다. 나치 시대를 반성하고, 부끄러운 과거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배격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닿으면 민족주의, 국가주의, 인종주의, 전체주의의 발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베를린 거리 소녀상 옆에 앉은 소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2020.9.27 lkbin@yna.co.kr


일본은 독일의 이런 인식을 역으로 정교하게 파고들어 갔다.

우리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일본은 독일에서 집요한 로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적 분쟁, 민족주의 문제로 몰아왔다.

독일 당국이 한일 양국 간의 분쟁으로 인식해 부담을 느끼도록 하려는 일본 측의 시도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베를린 소녀상 제작을 지원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처리 부정 의혹 사건까지 끌어들여 독일 측을 설득하는 무기로 삼았다.

미테구의 철거명령 공문과 보도자료에는 이런 일본 측의 주장이 반영돼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테구는 소녀상의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철거명령의 이유를 들었다.

물론 독일이 외교적, 경제적 입장에서 같은 주요 7개국(G7) 국가인 일본의 집요한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독일 현지 언론에서도 미테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진보언론 타게스슈피겔은 지난 8일 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사과가 진정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었음을, 독선적인 자기주장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정부가 한 방식은 이러한 동상이 얼마나 꼭 필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테구는 소녀상을 비난하고 소녀상을 설치한 관계자들을 부정직한 사람들로 내몰았다"면서 "여기엔 분명히 (일본의) 정치적 압박과 자신들의 실책을 숨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시민사회에서는 베를린 지방정부가 진보계열의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연합 정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테구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진보세력이 보편적인 전쟁 피해 여성 문제를 민족주의 문제로 잘못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시장은 사회민주당, 미테구청장은 녹색당 소속이다.

독일 당국의 이번 움직임은 전후 독일 사회가 나아간 길과는 어긋나 있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보여주는, 과거사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숙을 추구해가는 대표적인 국가다.


지난 3월 베를린의 한 광장에서 독일 청소년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작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코리아협의회 제공]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식민지배 시절에 대해서는 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오지만 '훔볼트 포럼'을 만들어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훔볼트 포럼은 베를린의 옛 프로이센 왕궁을 복원한 건물을 식민지배의 역사에 대한 성찰로 채우려는 시도다.

철거명령에 대해 베를린 시민이 점점 더 고개를 젓고 있는 이유도 독일의 이런 노력과는 결이 다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독일 시민사회에서는 철거명령을 반대하는 청원운동도 시작됐다.

우리로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을 독일 시민사회에 더욱 강조하고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베를린 소녀상의 허가 기간은 애초 1년이다. 기한이 지나기 전 연장을 해야 한다. 철거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고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한동안 소녀상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대결적 구도가 전개되면 1년 후 심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초록동색으로 볼 수밖에 없는 독일인들을 설득하고 일본의 왜곡 시도를 막기 위해서는 독일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보여준 보편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민사회에서 나온다.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은 "독일과 프랑스는 20세기 초 터키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추념비와 정부 공식 행사를 통해 자국의 기억 문화로 받아들였다"면서 "우호적인 현지 언론이 보여주듯, 독일 내 아시아계 시민들이 문제의 국제성과 보편성에 집중한다면 그 목소리도 주류 사회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파워볼게임

그는 "특히 한반도 연구는 그 성과가 일반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지 언어로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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