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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9-10 12:13 조회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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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박종대씨 저서 <4.16세월호사건기록연구-의혹과 진실> 구미북콘서트

[공순주]


▲ 9월5일 구미에서 진행된 "4.16세월호사건기록연구-의혹과 진실-북콘서트장에서의 수현아빠 .
ⓒ 공순주

지난 5일 구미에서는 '수현아빠' 박종대씨의 <4.16세월호 사건 기록연구-의혹과 진실>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그는 각 지역에서 진행된 북콘서트에 참여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하나파워볼

"저의 책이 공식적으로 서점에 배포되기 시작한 것은 7월 16일부터였다고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7월 17일부터 구미 북콘서트가 진행됐던 9월 5일까지 안산에서 8번, 서울에서 1번 이렇게 총 9번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폭염에, 태풍에, 코로나 정국에… 정말 마련하기 힘든 자리였고, 참석자들도 참석을 결정하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든 자리에 참석해 우리 유가족들을 응원해 주신 시민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은 아들이 나에게 준 숙제가 틀림없다"


▲ 수현아빠 박종대씨의 저서 "4.16세월호사건기록연구-의혹과진실-" .
ⓒ 공순주


-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제가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첫째, 아들에 대한 약속입니다. 세월호 침몰 당일 매스컴의 전원구조 보도를 보고 살아있다는 아들을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기 위해 무작정 차를 몰고 진도를 향해 달렸습니다. 이동 과정에 mbc 뉴스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구조자 숫자가 오락가락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방송을 믿고 싶은 감정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도체육관에 도착해서 생존자 명단에 아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곳의 여성 안내자에게 물어봤더니 190명 탑승한 행정선이 팽목항으로 들어 온다하여 그곳으로 달려갔고, 그것 또한 거짓말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무수한 국가의 거짓말을 접하면서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아들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가만히 있으라'는 동영상을 보는 순간 '이것은 아들이 나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준 숙제가 틀림없다'고 생각했으며, 그때부터 진상규명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둘째는 명지대학교 김익한 교수님과 수현이 엄마의 강력한 권유였습니다. 사실 저는 <오마이뉴스> 등에 몇 편의 기사를 기고한 것 외에는 글을 써본 경험이 없는데, 두 사람이 강력히 권유하고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감히 용기를 낼 수가 있었습니다.

셋째는 이 나라 진상규명의 환경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현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와 검찰의 세월호특별수사단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온전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지만, 정작 뭐가 얼마만큼 밝혀지지 않았는지를 명쾌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더 불행한 것은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침몰 원인 등을 제외하면 일반 국민이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직접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공소시효 도래가 눈앞인 현시점에서 영원히 진실이 묻히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지만, 감히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이나 분열로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기도..."


▲ 9월5일 구미북콘서트에서 시민들에게 진상규명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박종대씨. .
ⓒ 공순주


- 여러번의 북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시민들과 주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지?
"약 10번의 북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매우 많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특별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세월호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관련된 부분과 현재 진상규명 진행현황과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저의 책이 세월호 사건 의문 사항 49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진상규명 주제와 관련된 부분은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소시효 종료와 관련하여 현재 진상규명 방향의 문제점 및 앞으로의 대책 등을 물을 때는 좀 당황스럽기도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답이 전혀 없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데, 그분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진상규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 문재인 정권의 결단을 촉구해야 하는데,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을 현상 그대로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보기에는 공격 또는 분열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화끈하게 얘기할 수 없는 애로점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되어가는 지금, 시민들 역시 답보상태의 진상규명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데?
"저는 진상규명과 관련한 공소시효의 도래의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세월호 침몰 또는 기울기에 비유하곤 합니다. 현재 상황은 세월호 침몰 당시 9시 45분경에 해당합니다. 탈출할 수 있는 방송을 할 수 있었고, 구조를 할 수 있는 해경의 구조세력이 도착해 있어서 충분히 구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입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불과 1~2분 후에는 구조가 불가능해지죠. 재수사를 하고 공소장을 작성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올 년말 이전에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은 물 건너 간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7주기까지 진상규명'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진상규명에 대해서 한번도 고민을 해보지 않았거나, 진상규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외치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점은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는 시점으로 구조에 착수해 봤자 생존자를 구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얘기입니다."

- 책을 출간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저는 세월호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진상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15년 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의 진상규명 분과장 직을 사임한 이후로 모든 대외활동을 접고 오직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언론의 인터뷰 등을 할 때 진상규명과 관련한 얘기를 하고 싶었던 때가 너무 많았는데, 언론들은 유가족의 눈물을 보고 싶어 했지 진상규명을 논할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책이 출간되자 비로소 언론도 내가 희망하는 부분을 조금씩 물어보는 것 같아 조금 안심은 되었고 유가족이 직접 진상규명의 현실과 문제점을 알릴 기회가 조금은 생겼다는 점에서 책을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현장에서 책을 구입한 시민들에게 자필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종대씨. .
ⓒ 공순주


공소시효가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날 참석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까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진행내용,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방식이 피켓팅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 그리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해내기 위해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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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한 산의 구릉을 바라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앉아있는 강원 양양의 관광농원 ‘팜 일레븐’의 전경. 그네를 매어놓은 농원 뒤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팜 일레븐에서는 다소 밋밋하다 싶은 주변 경관이, 뜻밖에도 묵직한 미감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호젓한 동해 ‘양양’

구릉에 자리잡은 ‘팜 일레븐’

풍광 즐기며 안식하기에 제격

진전사 초입 국보 ‘삼층석탑’

기단·몸돌 사방으로 둘러가며

천인·불상 등 돋을새김 눈길


홍천에서 구룡령을 넘으면 양양 갈천리다. 갈천리에는 갈천약수가 있는데 약수터로 가는 1㎞가 채 안 되는 숲길이 이처럼 청량하다.


양양 코앞 ‘속초 상도문마을’

정감 넘치는 돌담·민박 많아

쌍천 물줄기 낀 마을언덕 숲엔

솔향 가득 200년 된 소나무들

‘속초 8경’ 학무정 정취도 물씬

한때 속초를 일개 ‘리(里)’로 거느렸을 정도로 위세를 자랑하던 강원 양양(襄陽). 과거 강원도는 강양도, 혹은 양원도라고도 불렸습니다. 강양도는 강릉과 양양, 양원도는 양양과 원주의 첫 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두 이름 모두에서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양양은 강원지역의 명실상부한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양양은 변방입니다. 이웃한 속초와 강릉에 비하면 더 그렇지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속초와 강릉과는 달리 양양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별다를 게 없습니다.

서핑의 명소로 떠올랐다고는 합니다만, 시즌에만 반짝할 뿐입니다. 한철에만 반짝하는 건 가을 송이버섯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지의 다양성도, 공간의 확장성도 없습니다. 발길이 자주 닿지 않은 만큼, 양양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곳들이 있습니다. 양양에서 조심스럽게 여행을 다시 시작할 때쯤 가볼 만한 호젓한 ‘거리 두기’ 목적지를 찾아봤습니다.


양양의 유일한 국보인 진전사지 삼층석탑.


# 풍경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자리

강원 양양에 관광농원 ‘팜 일레븐(Farm 11)’이 있다. 경량 철골구조로 지은 펜션 겸 베이커리 카페다. 들어선 자리는 의표를 찌른다. 양양 땅에 있으면서 바다에는 전혀 기대지 않는다. 그렇다고 깊은 산중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와 등 돌리고 앉은 ‘깊은 산중을 바라보는 언덕’에 있다. 낮고 편안하며 그래스류의 식물을 심은 정원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팜 일레븐은 ‘팜스테이’라고 부르는 독립건물 숙소 3동과 베이커리 카페 겸 커뮤니티센터, 온실스타일로 지은 민트색 가든 숍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리온실 스타일의 민트색 가든 숍 건물을 빼면 다른 건물들은 모두 낮고, 단색이며 구조도 단순하다. 건축물의 단순한 선과 구조는 주변의 자연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그렇다. 팜 일레븐의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자연이다.

베이커리 카페 팜 일레븐은 빵맛으로도 이름났지만, 그보다 더 훌륭한 미덕은 ‘경관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팜 일레븐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카페 테라스에서 보는 자연이다. 구릉의 비탈면 한쪽을 잘라 만든 자리는 거칠 것 없는 전망을 보여준다. 팜 일레븐은 ‘밖’을 보는 곳이다. 경사면의 언덕을 뒤로 두고 있어 방향은 명확하다. 점봉산과 방태산 일대의 자연경관을 스크린처럼 걸어두었다. 당연히 모든 시선이 스크린 쪽으로 향한다. 극장처럼 말이다.

팜 일레븐 테라스에 앉아 저 멀리 내륙의 초록 능선들이 겹겹이 펼쳐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이 주는 위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런데 사실 주변 경관을 하나하나 뜯어본다면 특별할 게 없다. 이렇다 할 근사한 경관이나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런 풍경이 마음을 당긴다. 좋긴 한데 ‘왜 좋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심심하기 짝이 없는 무덤덤한 풍경들이 마치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져 있는데, 그게 참으로 근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었다면, 새삼 여행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자연을 보는 여행자의 눈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런 공간이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삼척 초곡항, 강릉 심곡항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강원 양양 남애항에 세워진 스카이워크. 투명유리 바닥의 스카이워크에서 기암을 내려다볼 수 있다.


# 코로나19가 띄운 ‘나만 아는’ 곳

팜 일레븐은 지난해 11월 1일 문을 열었으니 아직 1년이 채 안 됐다. 팜 일레븐의 농장주 최길순(60) 씨에게 묻고 싶었던 첫 번째 질문은 ‘일레븐’, 그러니까 ‘11’이란 이름의 내력이었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팅과 기획 업무를 맡아 25년을 일했던 그는 2013년 사표를 낸 뒤 이듬해인 2014년 지금의 팜 일레븐이 들어선 땅을 계약했다. 부지면적은 대략 1만3400여 평. ‘11ac(에이커)’쯤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땅을 좀 더 샀지만 처음 샀던 땅의 면적 ‘11에이커’가 ‘팜 일레븐’이란 이름이 됐다.

평소 등산과 캠핑을 즐기던 최 씨가 은퇴를 택한 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 이렇다. “생애를 100년으로 쳐서 25년씩 4개의 단계로 나눠 살겠다고 일찌감치 마음먹었다. 25년은 개인적 성장을 위해, 25년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25년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해, 그리고 남은 25년은 ‘베풂과 나눔’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은퇴 후 그는 세 번째 25년의 단계,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삶’의 실현을 위해 이 땅을 찾았다. 유럽 출장길에서 틈만 나면 찾아가 보았던 관광 농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가 원했던 건 손수 농사를 지어 재배한 작물을 먹거리로 가공해 농장을 찾는 이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삶이었다.

두 번째 질문. 양양에서는 바다가 우선인데 어떻게 이런 산중의 자리를 골랐을까. 강릉 출신인 그는 퇴직을 앞두고 틈만 나면 텐트를 차 트렁크에 싣고 동해안 일대의 땅을 이 잡듯이 뒤졌다. ‘바다의 낭만’은 이미 포화상태. 그는 바다에 등을 지고 산이 바라다보이는 자리로 들어갔다. 바닷가에서 산을 택한 건 오랜 기획업무의 경험으로 내린 사업적 판단이었고, 어쩌면 밋밋하다 싶은 경관을 가진 지금의 자리를 망설임 없이 택했던 건 남다른 안목의 힘이었다.

소박하게 시작한 팜 일레븐은 지금 양양에서 가장 ‘핫’한 명소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주목한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대단위 관광지에서 벗어나 ‘거리 두기’의 고즈넉한 공간을 찾던 이들은 여기를 ‘나만 아는’ 명소로 삼았다. 손님이 늘면 시설을 확장하고 영업시간을 늘리는 게 보통이지만, 팜 일레븐은 평일은 아예 카페 문을 닫고 금·토·일 3일 동안만 문을 연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다. “꿈꾸던 삶을 위해 은퇴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공간을 늘리고 시간을 뺏기기 시작하면 ‘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의 인기는 ‘코로나19 효과’로 인한 거품이라는 게 최 씨의 판단이다. 최 씨는 “코로나19가 진정돼서 손님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팜 일레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촬영 포인트인 온실스타일로 지은 가든 숍.


손님이 많다고 해봐야 대중적인 관광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젓하지만, 최 씨는 팜 일레븐을 방문하는 가장 좋은 때를 ‘일요일 오후 4시 30분’이라고 했다. 오후의 햇볕도 좋고, 그때가 가장 고즈넉할 때라는 얘기다. 계절 중에서는 온 산천이 연두색으로 물드는 봄을 최고로 쳤다. 이듬해 봄이면 우리는 마음 편히 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 혹독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신록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 보물찾기 하듯 즐기는 마을 산책

여기는 속초다. 양양 땅은 아니지만 설악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쌍천의 물길을 가운데 두고 양양과 마주 보고 있다. 양양과 가장 가까운 속초의 남쪽. 바로 설악동 입구 속초 상도문마을이다. 상도문은 ‘윗(上)도문’이란 뜻인데, ‘도문(道門)’은 도(道)로 들어가는 문(門)이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설악산을 향해 가다 이 마을에 이르러 도통의 문이 열렸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란 얘기도 있고, 수도자들이 도를 닦으러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란 얘기도 있다. 양양의 강선리에 내려온 신선이 여기서 설악산 가는 ‘길(道)을 물었다(問)’고 해서 도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도 있다.

상도문마을은 속초에서도 숨겨져 있다시피 한 마을이다. 구불구불 돌담이 이어진 마을에는 한옥이 많다. 고풍스러운 정통 한옥도 있지만, 대부분 1980년대쯤의 이른바 ‘민박 한옥’들인데, 담장 높은 대갓집 한옥보다 이게 더 편안하고 정감이 넘친다. 상도문마을에는 민박집만 서른 곳에 이른다. 과거 설악산을 찾던 관광객들이 적잖이 찾아들었지만 속초 일대에 우후죽순처럼 콘도와 호텔이 들어선 이후에는 민박 손님은 격감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음에도 마을이 공동화되거나 쇠락하지 않은 건,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마을인 데다 청정한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속초 상도문마을 돌담에 새긴 ‘구곡가’. 구곡가는 주변의 아홉 경치를 노래한 시다.


쌍천의 물줄기를 끼고 있는 마을 언덕의 솔숲 속에는 정자 학무정(鶴舞亭)이 있다. 정자는 이 마을 출신인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 매곡 오윤환이 제자와 함께 1934년 지었다. 작고 소박하지만 이래 봬도 ‘속초 8경’ 중 하나다. 매곡은 상도문마을 주변 쌍천의 명소 아홉 곳에 이름을 붙이고 구곡가(九曲歌)를 지었다. 구곡가는 마을 돌담에 수놓듯 새겨져 있는데, 9곡 중 제2곡이 여기 학무정이다.동행복권파워볼

상도문마을에 이즈음 다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는 건, 마을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들이 마을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하면서부터다. 자갈에 정성껏 참새를 그려 담장에 나란히 올려놓았고, 수박 크기의 돌에 고양이와 강아지를 그려 넣었으며, 돌담 위에 정크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공중전화 부스 혹은 버스정류장 형태의 공간에 스피커를 놓고 휴대전화를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놓은 공간. 여기서는 음악을 들으며 나무 창틀을 액자 삼아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은 돌담을 거닐며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작은 재미로 가득하다.

# 도의선사가 북쪽으로 간 까닭은?

양양을 대표하는 명소 순위의 맨 앞에 서는 건 유서 깊은 바닷가 절집, 낙산사다. 낙산사야 일찌감치 경계를 넘어 전국적 명승의 반열에 오른 곳이니 새삼 이야기를 보탤 필요가 없는 곳. 호젓했던 암자 휴휴암도 관음기도 도량으로 알려지면서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해안가의 기암, 바다에 새카맣게 몰려드는 황어떼들로 근래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 명소다. 평소라면 빼놓을 수 없었을 테지만, 수도권발 코로나19 확산 진정 이후에 ‘조심스럽게 시작돼야 할 여행’에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곳이다.

대신 ‘거리 두기’의 시대에 맞는 한적한 절집 혹은 오래된 절터를 찾아가 보자. 절집은 오래전에 허물어지고 없으나 불법이 짙고 뚜렷하게 지나간 자리다. 설악산 아래 둔전계곡이 있다. 대청봉의 동쪽 자락을 타고 흘러내려 설악저수지에 담겼다가 동해에 이르는 물길이 둔전계곡이다. 둔전계곡에는 옛 절집 터에 들어선 사찰 진전사가 있다. 진전사 터는 통일신라 때 구산선문(九山禪門) 중에서 제1문인 ‘가지산문’의 도의선사가 은거하며 수도에 전념했던 곳이다.


상도문마을 곳곳에는 돌에 그린 동물 그림이 있는데 그걸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의선사는 ‘유학파’였다. 당나라에서 자그마치 37년 동안 불법을 공부했으니 신라로 돌아온 그의 꿈이 얼마나 컸겠는가. 하지만 신도들은 그를 외면했다. 당시 신라 불교에는 불교 경전을 앞세우는 ‘교종(敎宗)’이 득세하고 있었다. 도의선사가 당나라에서 배워온 건 선종(禪宗)이었다. ‘경전을 바탕으로 한 교리해설’이 주가 되는 것이 교종의 설법이라면, ‘글을 몰라 불경을 읽지 못한대도, 본연의 품성을 잘 들여다보고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선종이었다. ‘왕이 곧 부처요, 귀족은 보살이고, 대중은 중생’이라는 엄격한 왕권불교 국가에서 글씨를 못 읽는 대중도 능히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도의선사의 설법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선종은 지배계급에 의해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으로 간주됐다. 도의선사가 서라벌을 등지고 멀고 먼 양양 땅까지 온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었다. ‘도의선사가 북쪽으로 간 까닭’이 이렇다. 그때 진전사가 있는 둔전계곡은 얼마나 멀고 깊은 오지였을까. 그곳에 가면 변혁의 시대를 살다가 돌아섰던 한 선각자의 사무쳤을 외로움과 곧은 마음을 느껴볼 일이다.

# 느릿느릿 구룡령을 넘어가는 길

진전사 옛터에 다시 들어선 절집은 2005년 복원 불사로 지은 진전사다. 새 절의 법당 한쪽 구릉에 도의선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가 있다. 우리 불교사 최초의 부도다. 부도는 보물로 지정됐다. 도의선사 이야기를 하느라 뒤로 밀렸지만, 진전사지에는 양양이 가진 유일한 국보도 있다. 진전사지 초입에 단단하게 서 있는 삼층석탑이다. 석탑의 균형도 나무랄 데 없지만,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탑의 기단과 몸돌에 새겨놓은 조각이다. 탑을 돌아가며 아래부터 위까지 천인(天人)과 팔부중상, 불상 등이 차례로 돋을새김돼 있다.




진전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선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대표적인 폐사지가 바로 양양 미천골 계곡 옆의 선림원지다. 선림원은 본래 화엄종에서 세운 사찰이었지만, 후에 선종사찰로 전향했다. 1100여 년 전쯤 대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절터 전체가 묻혔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 절터에는 1965년 복원한 삼층석탑과 석등, 부도비, 부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삼층석탑은 온화한 느낌이고, 부도비는 용과 구름의 문양으로 화려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천골 휴양림 운영은 중단됐지만, 휴양림 입구에서 선림원지까지 걸어서 다녀올 수 있다. 휴양림 운영이 중단되면서 선림원지 일대에는 인적이 없다.

선림원지를 들르기로 했다면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인제∼양양터널 대신 구룡령을 굽이굽이 넘어가는 56번 국도를 택하는 것이 낫겠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구룡령길에는 차량이 더 줄어 길이 텅 비다시피 했다. 그 덕분에 유유자적 드라이브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구룡령 넘는 길은 서울∼양양고속도로 내촌IC에서 내려서 내촌천의 물길을 따라가다가 56번 국도로 올라서는 게 가장 쉽고 간명하다. 미리 인제IC로 나와 상남면 소재지를 지나 내린천을 끼고 달리다가 원당삼거리에서 좌회전해 56번 국도로 구룡령을 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길을 택하면 지방도로 옆의 내린천 물길을 따라 살둔계곡 등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 굽이굽이 구룡령 옛길

구룡령은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 경계에 위치한 고개. 가파르고 험한 길이 용이 구불구불 기어오르는 모습과 같다 해서 구룡(九龍)이란 이름이 붙었다. 구룡령 길은 동해안으로 가는 좀 더 빠른 고갯길이 놓이면서, 터널이 뚫리면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더없이 한적해져 뒤로 물러앉았다.

양양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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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비상사태 선포…난민 1만2000여명 갈곳 잃어

화재가 발생한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한 난민이 9일(현지 시각) 짐을 챙겨 대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리스 최대 규모의 난민수용시설이 대형 화재로 전소됐다. 이로 인해 난민 1만2000명 이상이 갈 곳을 잃었다. 그리스 정부는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각) 밤 그리스 남동부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불이 나 캠프에서 체류 중이던 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은 최대 시속 70km인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이로 인해 캠프 시설 대부분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 외에 다치거나 숨진 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타고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 /로이터 연합뉴스

그리스 당국은 이번 화재가 방화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당국은 모리아 난민캠프 봉쇄 조치에 불만을 품은 난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는 앞서 이주 초 코로나 확진자 35명이 발생해 폐쇄됐는데, 격리 예정이었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킨지 직후에 화재가 났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캠프 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불이 시작됐다”며 “난민들이 진화를 시도하는 소방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캠프 주민은 언론인터뷰에서 “지난 밤 캠프에 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격리 조치에 화가 났고 그들은 작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경찰이 왔고 그들은 최루탄을 쐈다. 불이 커졌고 우리는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소방관이 불을 끌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모리아캠프의 최대 수용인원은 2757명인데, 불이 났을 당시 그 4배가 넘는 1만2600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그리스 내에서 가장 체류자가 많은 난민 캠프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성인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 407명을 비롯해 4000명 이상의 아동들이 이곳에 체류 중이다.


미성년자 난민들이 그리스 본토를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AFP 연합뉴스

그리스 정부는 난민들을 위한 대피소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재민이 된 난민들을 페리와 해군 함정 등에 나눠 임시 수용하는 한편,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유럽연합(EU)의 지원하에 본토로 이송할 계획이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난민 35명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아 이들이 캠프 바깥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옥진 기자 june1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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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서 3차 감염 발생
관련 확진자 총 10명으로 늘어
직원 6명, 가족 2명, 접촉자 2명

현대중공업은 9일 확진자가 나온 건물 근무자 2100여 명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날 울산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이 회사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 경상일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n차 감염’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추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관련 확진자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울산시는 10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2명은 중구에 거주하는 54세 여성(지역 129번), 울주군에 거주하는 59세 여성(130번)으로, 앞서 확진 받은 현대중공업 직원 아내(125번)의 부동산 사무실 동료들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 직원에서 직원의 가족, 직원 가족의 접촉자까지 3차 감염이 발생했다. 앞서 6일 현대중공업 조선소 직원 1명(115번)이 처음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나흘 만에 그를 포함한 직원 6명과 이들의 가족 2명, 가족의 접촉자 2명까지 총 1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직원 6명은 모두 같은 건물 3층에서 근무한다. 부서는 다르다. 직원 2명은 첫 확진자인 115번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다. 나머지 3명은 115번과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다. 이중 1명은 울산시 역학조사에서 “3일 정도 첫 확진자와 같이 양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양치를 하고 대화를 하면서 확진자의 비말(침방울)이 튀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일 현대중공업 접촉자로 분류된 2000여 명이 대규모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10일 오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울산시는 앞서 확진자 6명이 발생한 현대중공업 외업1관 건물 근무자 2000명가량을 검사했으며, 이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울산 현대중공업 직원, 가족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9일 울산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현대중공업 내에선 추가 확진자가 없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전날까지만 해도 생산차질이 우려됐으나, 이날 오후부터 밀접접촉자 60여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경우 출근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루 반나절 가량 2000여명의 업무가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이 우려됐으나, 이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걱정을 덜었다”며 “앞으로 방역에 더 신경을 써서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회사와 울산시의 초기 방역 실패가 추가 감염자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 “노조에선 지난 7일 오후부터 확진자가 발생한 외업1관 건물 전체에 대한 전수검사 등 선제적인 방역 대책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당일 오후 현장을 조사한 역학조사팀은 115번과 밀접접촉한 사람 중심으로 검사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책을 내놓았고 회사도 적극적인 방역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역학조사팀과 회사가 방역시기를 놓쳐서 지난 7일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외업1관에서 2000여 명이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고 목욕탕을 이용했으며, 건물 주변에서 모여 담배를 피는 등 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초기에 밀접접촉자와 그들이 일한 공간을 대상으로 격리와 폐쇄 조치를 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건물 폐쇄로 범위를 늘렸다”며 “방역 당국의 방침대로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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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Hadden

Robert Hadden, right, is released on bail, Wednesday, Sept. 9, 2020, in New York. Former New York gynecologist Hadden, accused of sexually abusing more than two dozen patients, including the wife of former presidential candidate Andrew Yang, was charged with six counts of inducing others to travel to engage in illegal sex acts. (AP Photo/John Minch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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